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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직장생활

공공기관도 이제 좀 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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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공공기관_준정부기관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다. 소속은 이곳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파견직 근로자가 대부분 그렇듯 나의 정체성은 공공기관에 동화되어 일하고 있다. (그렇게 행동할 것을 암암리에 요구한다.)

최근 이곳의 이사장이 새로 취임하였고 오늘은 그의 “라운딩”이 있었다. 흔히 라운딩이라고 하면 골프를 연상하지만 이곳에서 “라운딩”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보통 이사장의 취임, 이임 때 이루어 지며 각 건물, 각 층을 돌며 일하는 직원들과 악수, 소회등을 말하는 행위이다. 하루 전에 예고를 하고 당일 몇시간 전에 한번더 예고를 해준다. 그리고 그가 건물에 도착하면 또 한번 알리고 윗층부터 한층 한층 내려오기 시작하면 점차 분위기는 고조되어 마침내 내가 일하는 층에 와서 “라운딩”을 마치고 나면 긴장감은 해소가 된다.

중세시대 영지를 하사받은 신임 귀족이 영지를 순회하며 그 땅에 속한 농노들에게 인사를 받는 행위를 연상하는 “라운딩”은 누구 한명에게는 상당한 만족감을 줄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환영인파의 한명으로 등장하는 민초에게는 전날 받는 예고에서 부터 상당한 피로감을 안겨준다. 그가 출발했다는 소식을 받는 순간부터는 일에 집중할수 없으며 (이는 마칠때 까지 이어진다.) 인사를 마치고 떠난 후에는 허탈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흡연자들은 우르르 몰려가 연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시간을 보내고 온다.

이곳에 오기전 대기업집단 3곳을 경험했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이런 행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취임,이임 인사는 메일로 이루어지며 제대로된 오프라인 행사는 고위간부들의 몫이다. 사기업의 수장이라고 “라운딩”과 같은 환영인사를 마다할 그릇은 아니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단순한 진실을 알기 때문이다.

사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또는 공익을 이루기 위해, 즉 일 하기 위해 출근한다. 부디 특정인을 위한, 특권을 위한 행위는 이제 없어질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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